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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높은 스트라이크와 ABS와 시대정신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2021년 8월 5일,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치릅니다. 0-1로 뒤진 4회 초 2사 1루 박건우(현 NC 다이노스) 선수가 타석에 있습니다.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을 당합니다. 볼로 판단하고 1루 쪽으로 움직이던 그는 심판의 콜 이후 껑충 뛰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냅니다. 마지막 공은 높은 직구였습니다.3년이 지났습니다. 4월 26일 창원 NC-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 선수는 1회 상대 투수 찰리 반즈의 공에 삼진을 당합니다. 올림픽 당시 그 공과 거의 흡사한 코스로, 이번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습니다. 박 선수는 손으로 높다는 제스처를 하며 물러납니다.박 선수의 두 차례 삼진 장면을 꺼낸 건 그의 실력이나 태도를 탓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박 선수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 현역 통산 타율 1위(27일 기준 0.327)입니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는 확실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그도 곤란을 겪은 2개의 하이 존(high zone)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올림픽 때는 심판의 특성(또는 오심) 국가별 야구 특성(또는 수준차)에 삼진 이유와 해석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야구는 로컬 스포츠였습니다. 일례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 같은 표현을 할 때 각 리그의 경기 수와 특성이 다른데 같이 비교할 수 있냐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야구라는 스포츠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성장하고, 축구 같은 다른 종목과 비교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 대회에 대한 비즈니스 차원의 수요는 더 늘 것입니다. 국제적인 흐름과 기준을 우리 야구도 따를 수밖에 없고, 높은 존 스트라이크와 컴퓨터 판정 역시 세계화 추세라고 하면 과언일까요. ABS에 의해 존재하지 않던 존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추는 과정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더구나 우리 야구는 국제대회 이후 "높은 스트라이크를 포함해 존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존은 너무 좁다"라며 매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가요. 뒤이어 리그 사무국은 "존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지만 시즌 초 잠시 넓어졌다가 순위 경쟁이 본격화 되면 예전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습니다. 그것도 심판마다 달랐습니다. 경력이 짧은 심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바늘구멍'이라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공정하고 일관된 것이었나요.기술적으로도 높은 스트라이크는 미국서 유행한 '발사각 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땅볼 유도 구종으로 한때 각광받던 투심(two seamer)이 홈런에 취약하다는 분석에 따라 투수들은 포심(four seamer)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집니다. 타자 배트의 어퍼 스윙(upper swing) 궤적을 피하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고, 잘 받아치는 것은 최신 야구의 일부입니다.무엇보다 야구를 보고 즐기고 돈을 내는 고객들의 진심은, 시대정신은 '공정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 심판의 차이(또는 실수)를 인간적이라고 이해하던 시대가 저물고, 정밀하게 판정하는 컴퓨터 심판의 시대로 가는 것을 단지 "복잡한 기술" 중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프런트로 일할 때 심판을 이해하려 했으면서 의심도 했습니다. 특정 심판이 주심을 맡은 특정 팀 경기에서 네 차례 연속으로 졌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모 심판이 경기 후 "(일부 콜을) 놓쳤다"라며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꺼냈을 땐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 그는 실수가 잦았을까요.하이 존 스트라이크와 ABS는 그 자체가 룰이지만 사람(심판과 선수)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거둘 기회이기도 합니다. 심판위원 대다수는 "우리도 스트레스를 덜었다"라고 말합니다. ABS에 대해 이런저런 이슈가 제기되지만 저는 그것이 일각의 주장처럼 진짜 논란인지는 의문입니다. 수정과 개선 가능한 문제로 리그 구성원들이 분별 있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에겐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해합니다. 그러나 모호함이 명확함으로 대체됐고, 그 시간은 줄어들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4.29 07:32
프로야구

[단독] '계약을 파기하라' KBO리그와 MLB 구단 교류 막힌다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 간 교류가 중단될 전망이다.본지 취재 결과, 최근 MLB 사무국은 'MLB 구단과 KBO리그 구단의 개별 협약이 있으면 파기하라'는 지침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KBO는 관련 내용을 문서화해 KBO리그 10개 구단의 개별 협약 상태를 파악했다. A 구단 단장은 "MLB 특정 구단이 아시아 선수를 탬퍼링(사전 접촉)할 우려가 있어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NPB)이나 대만(CPBL)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MLB 사무국은 구단 간 개별 협약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지만 이 방법을 활용, 선수의 정보를 우회적으로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를 꼽는다. 사사키는 최고 구속이 160㎞/h에 이르는 파이어볼러로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의 뒤를 이어 태평양을 건널 것으로 예상한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이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후로 일본 대표팀 훈련지를 찾아 사사키의 투구를 관찰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구단 간 개별 협약을 하지 말라는 건) 사사키 같은 선수를 영입할 때 사전에 선수 소속 구단에 편의를 제공해 (권리나 정보를) 선점하는 등의 행위를 못 하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개별 협약이 있으면 파기하고 앞으로는 사무국을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라고 했다"고 밝혔다.이런 지침에 따라 키움 히어로즈는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과의 파트너십을 끝냈다. 키움과 애리조나는 지난해 8월 구단 운영 파트 직원 교차 파견, 정기 회의를 통한 선수단 운영 관련 정보 공유, 외국인 선수 자료 공유 등 여러 부분의 교류를 공식화했다. 애리조나 연구개발 파트 직원들이 한국을 찾아 키움 전력분석팀과 동행했고, 키움 코칭스태프 일부가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 구단 교육 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키움 선수들은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에서 캠프를 소화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공교롭게도 지난겨울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MLB에 진출한 키움은 올겨울 내야수 김혜성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까지 앞뒀다. 키움 고위 관계자는 "선수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애리조나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했다"고 밝혔다.한 구단 관계자는 "리그가 성장하는 측면에서 MLB 구단과의 교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관련 준비를 해보려는 찰나에 지침이 내려왔다"며 "KBO리그가 정체돼 있다고 보고 있는데, 리그가 성장하려면 여러 교류를 통해 얻는 게 있어야 한다. KBO에서 어느 정도 중재 역할을 했으면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KBO는 개별 협약이 아닌 사무국을 통한 계약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종의 '계약 공증'을 받으라는 의미인데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A 구단 단장은 "해외리그 소속 특정 선수에 대한 독점적 정보 취득을 방지하겠다는 건데 한국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조치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B 구단 단장은 "사무국을 거쳐서 협약하는 것과 바로 하는 것의 차이가 있는 건가. 기존 계약을 파기하라는 현재 분위기라면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협약이 어려울 거 같다"고 전망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24 16:01
일본야구

'쫓겨난 악동' 바우어 일본 유턴하나, 영입 희망 놓지 않는 요코하마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진입을 노리는 트레버 바우어에게 일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구애는 현재 진행형이다.18일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하기와라 유다이 요코하마 구단 총괄 본부장은 "바우어와 재계약을 위해 정기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의 있는 (계약 조건 등) 제시를 해놓았다. 공은 바우어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바우어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NPB) 소속으로 19경기에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MLB 사이영상 출신의 이력을 앞세워, NPB 데뷔 첫 시즌에 큰 관심과 인기를 몰고 왔다. 바우어가 NPB에서 뛴 건 미국에서 부적절한 논란으로 쫓겨나서다. 2015년 빅리그 데뷔한 바우어는 2020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을 동시 수상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2021년 LA 다저스와 3년 1억 200만 달러(1402억원)에 계약했고, 개막 후 6월까지 8승 5패 평균자책점 2.59로 '몸값'을 했다.그러나 성폭행 고소를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바우어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됐지만, 2023년 1월 다저스에서 방출됐다. MLB 사무국은 2022년 12월 바우어에게 최종 19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MLB 사무국이 가정 폭력과 관련해 내린 가장 큰 징계다. 사고뭉치 바우어를 데려가려는 구단은 없었다. 바우어는 일본으로 눈을 돌렸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바우어는 여전히 미국 복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아시안 브리즈 소속으로 다저스 마이너리그 팀과 친선 경기에 등판해 공을 던졌다. 아시안 브리즈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약 20일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팀으로 MLB 산하 팀과 맞붙었다. 현재는 멕시코 프로야구 디아블로스 로호스와 정규시즌 5경기 단기 계약을 체결해 뛰고 있다. MLB 재진입을 위한 눈도장을 찍고,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최저 연봉까지 감수하겠다. 언제든 MLB 구단의 제안이 오면 합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요코하마는 그런 바우어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하기와라 유다이 요코하마 구단 총괄 본부장은 "바우어가 요코하마 구단을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라 느끼고, 우리 팀을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로 여기는 것 같다"며 "우리 구단은 아직도 바우어를 요코하마의 일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우어의 지난해 1년 단기 계약 추정 연봉은 300만 달러(41억원)였다. 이형석 기자 2024.04.18 18:48
메이저리그

'결백' 밝혀졌다...美 검찰 "미즈하라, 오타니 몰래 220억원 절도...오타니는 피해자"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MLB)를 흔들었던 스포츠 도박 스캔들의 진상이 밝혀졌다. 오타니는 역시 피해자였고, 주범인 미즈하라 잇페이의 수법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타니의 피해 금액만 1600만 달러(220억원) 이상이다. 오타니가 매년 구단에게 받을 실수령 연봉(200만 달러)의 8배에 달한다.미국 ESPN,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한국시간) "오타니 전담 통역이었던 미즈하라가 미국 연방 검찰에 의해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맡은 마틴 에스트라다 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을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 이상을 훔쳤고 오타니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했다"며 "미즈하라를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라고 설명했다.이번 사건의 핵심인 오타니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는 피해자"라고 단언했다. 에스트라다 검사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행위에 관련이 있거나 이를 알고 있는 증거가 없다. 오타니는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로 간주된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달 21일이다. 당시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시리즈 진행 도중 오타니의 계좌가 사용됐고,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는 걸 MLB 사무국과 오타니 소속사가 들었고, 미즈하라는 이 과정에서 ESPN과 인터뷰해 파문을 키웠다. 20일 경기 종료 후 오타니를 비롯해 다저스 관계자들도 내용을 전해들었고 21일 ESPN의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당시 LA 타임스는 "수사 당국이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도박업자를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를 전해들은 오타니의 변호인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미즈하라가 거액의 불법 도박을 저질렀고 오타니의 개인 자금을 도용했다고 하더라"고 내막을 전했다.처음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빚을 대신 갚아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즈하라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나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직접 송금을 해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타니 측은 즉각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를 절도했다"라고 반박했고 그제서야 미즈하라도 "오타니가 직접 송금을 해준 것이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절도 사실을 들은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했다. 그러나 미즈하라의 첫 해명은 야구계 전체를 술렁일 수밖에 없게 했다. 만약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여부를 알고도 묵인했고, 자신의 돈으로 이를 갚아줬다면 그것만으로도 법적 문제가 생겼다. 설상가상 오타니가 직접 도박에 참여했고 미즈하라가 대신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오타니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지난달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오타니는 "이 시점에서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야구나 다른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 적이 절대 없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있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을 이해해달라.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며칠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즈하라에 대해서도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자신은 도박 스캔들과 무관했다고 주장했다. 오타니에 따르면 그는 이번 사건을 팀 동료들보다도 뒤늦게 들었다. 오타니는 회견에서 "내가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한국에서 열린 개막전 종료 후 팀 미팅에서였다. (오타니가 대신 갚아줬다는 영어 해명에서) 난 위화감을 느꼈다. 그는 내게 호텔로 돌아가 더 자세한 것을 둘만 이야기하고 싶으니 기다려달라고 해서 호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떠올렸다.오타니는 "난 미즈하라가 도박 중독인 것도, 빚이 있는 것도 몰랐다. 동의한 적도 없고, 송금을 허락한 적도 없다"며 "호텔에서 대화하면서 그때서야 미즈하라에게 빚이 있단 사실을 알았다. 내 계좌에 마음대로 접근해 불법 도박업자에게 송금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 대리인에게 이야기했고, 절도와 사기로 고소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오타니의 기자 회견은 원론적 설명에 불과했다. 결국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는데 지난 11일 드디어 뉴욕 타임스를 통해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진상이 드러났다. 뉴욕 타임스는 "검찰은 미즈하라가 당초 알려진 450만 달러(6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훔쳤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오타니의 계좌로 거래하고도 오타니가 알림을 받을 수 없도록 설정을 변경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보도했다. 미즈하라가 철저하게 오타니로부터 숨어서 그의 돈을 갈취해온 것이다. 한편 보도에 이은 이번 검찰로 미즈하라의 베팅 목록도 확인됐다. 미즈하라는 NBA, NFL 등 북미 프로스포츠는 물론 유럽축구, 대학 미식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불법 스포츠 베팅을 진행했다. 앞서 그는 "MLB에는 베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단 관계자였던 그가 MLB에 직접 베팅할 경우 죄가 더 커질 수 있다. 에스트라다 검사도 "야구 종목에 대한 베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미즈하라는 현재 감형을 시도 중이다. 그는 곧 LA 시내 연방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USA투데이는 "미즈하라는 연방 지침에 따라 최대 30년 징역형, 최고 벌금 100만 달러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그가 유죄를 인정하고 사전형량 조정 협상에 들어간 만큼 형량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피해금액이 알려진 것에 세 배 이상인 만큼 오타니가 받을 충격과 배신감도 더 클 거로 보인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10년 이상을 알고 지낸 각별한 사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고 전해지는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일본인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 통역으로 야구계에 등장했다. 그는 2013년 니혼햄 파이터스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입사했는데, 당시 신인이었던 오타니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8년을 앞두고 MLB로 진출하던 오타니는 평소 신뢰했던 미즈하라에게 자신의 전담 통역을 제의했고, 사건이 터질 때까지 MLB에서의 6시즌을 그와 함께 했다. 그의 입과 귀가 되어준 건 물론 사소한 개인 생활까지도 지원해줄 정도로 각별했으나 미즈하라는 뒤에서 그걸 뒤엎을 만큼 큰 액수를 절도, 횡령하는 중이었다. 오타니의 실 연봉을 생각하면 미즈하라의 절도 액수는 결코 적지 않다. 데뷔 후 줄곧 낮은 연봉을 받다가 최근 2년에야 고연봉을 받은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계약 금액의 97%는 10년 후 계약 종료부터 추후 수령하는 형태다. 오타니가 매년 받는 실 연봉 금액은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미즈하라가 갈취한 액수를 벌려면 8년이 걸린다. 1600만 달러는 어지간한 주축 메이저리거들만 받을 수 있는 거액이다. 물론 매년 광고 수익으로 막대한 거액을 벌어들이는 오타니지만, 미즈하라에겐 그만큼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충격 때문이었을까. 오타니는 올 시즌 초 상당히 고전했다. 첫 홈런이 나오기 직전인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당시 타율이 0.242, 장타율은 0.3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엔 기세가 좋다. 오타니는 이후 맹활약으로 현재 시즌 성적이 타율 0.333(63타수 21안타) 3홈런 8타점 1도루 출루율 0.377 장타율 0.635,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1.012를 기록 중이다. 안타 21개로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오타니는 시즌 첫 14경기에서 장타 12개를 터뜨리는 중인데, 이는 다저스 선수로는 역대 최초의 진기록이다. 누명을 벗은 만큼 향후 페이스도 더 달아오를 거로 보인다. 오타니는 오는 13일부터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상대 선발 투수는 마이클 킹이다. 오타니와 절친한 후배인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나서는 가운데 오타니가 승리를 지원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12 09:07
메이저리그

쓸 데 없다 오타니 걱정, 연일 '장타 쇼' 폭발...벌써 타율 0.320 OPS 0.944

각종 스캔들, 이적, 부상 회복 등으로 시즌 초 부진 우려를 샀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거짓말처럼 날아오르고 있다. 어느덧 시즌 타율 3할을 넘기며 기대대로 타선의 중심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오타니는 8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맞대결에 2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사구 1삼진 1타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 전체가 침체되면서 경기는 1-8로 대패했지만, 오타니 개인은 4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최근 뜨거워진 타격감을 이어갔다.경기 초반만 해도 방망이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못했다. 다저스 타선은 컵스의 일본인 선발 투수 이마나가 쇼타에게 꽁꽁 묶였다. 오타니 역시 1회 첫 타석에서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3회 초 재대결했으나 역시 3루수 뜬공에 그쳤다.설상가상 다저스 선발 개빈 스톤이 다저스 내야진의 실책에 무너지며 5실점(1자책)해 경기 흐름을 내줬다. 비까지 쏟아지면서 경기는 2시간 51분 동안 중단됐다. 오타니가 MLB에 진출한 후 경험한 가장 긴 우천 지연이었다. 하지만 비가 그치자 오타니의 방망이도 다시 돌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6회 초 컵스의 세 번째 투수인 마크 라이터 주니어를 상대로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우중간을 가르는 장타성 타구를 만들어냈다. 컵스 우익수이자 오타니와 절친한 스즈키 세이야가 타구를 쫓았으나 글러브에 담지 못했다. 타구는 펜스까지 굴러갔고, 그 사이 오타니는 빠른 발로 3루까지 진루했다. 다만 후속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땅볼에 그치면서 득점까진 이루지 못했다.오타니는 8회 초 마지막 타석 때 팀의 유일한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장타였다. 그는 8회 초 2사 상황에서 무키 베츠가 볼넷으로 출루해 만든 1루 기회 때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컵스 선발 다니엘 팔렌시아가 던진 4구째 156㎞/h 몸쪽 직구를 통타, 다시 한 번 우중간 코스를 갈라 적시 2루타로 연결했다.비록 팀은 패했으나 오타니 본인의 타격감이 완전히 살아난 걸 증명한 경기였다. 지난해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오타니는 타자로 타율 0.304 44홈런(아메리칸리그 1위) 95타점 102득점 20도루를, 투수로는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2021년에 이은 두 번째 만장일치 수상이자 2022년(2위)까지 3년 연속 투표 2위 이내에 든 역사적인 활약이었다.높아진 기대치를 안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북미 스포츠 역대 1위)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시즌 초 출발이 기대와 달랐다. 부정적 변수가 많았다. 일단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영향을 배제할 수 없었다. 같은 수술을 1년 전 받았던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역시 2023년 똑같이 타격 부진에 고전했다.내셔널리그 이적도 처음인 데다 역대급 스캔들까지 연루됐다. 그와 절친했던 전담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스포츠 도박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오타니의 계좌가 연루됐다. 오타니 본인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사무국 조사가 시작된 데다 현지 언론 중에도 부정적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각종 외부 요인이 오타니를 괴롭혀서일까. 3월의 오타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남겼다. 3월 타율이 0.269에 장타율은 0.346에 불과했다. 26타석에서 그가 만든 장타가 2루타 2개뿐이었고, 홈런은 없었다.그랬던 그가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드디어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뜨렸다. 당시만 해도 타격감이 온전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후 감을 찾은 모양새다. 4일 경기를 시작으로 8일까지 네 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때려내는 중이다. 이 기간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포함해 장타도 5개에 달한다.세부 성적 역시 빠르게 회복 중이다. 일단 시즌 타율은 0.320으로 좋았을 때로 완전히 돌아왔고,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도 0.944로 커리어 평균(0.923)을 넘어섰다.부진할 때도 성적 대비 타구 질이 좋았으나 이젠 다시 지난해처럼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오타니의 기대 가중출루율(xwOBA)는 0.479로 리그 상위 2%에 달한다. 기대 타율(xBA)도 0.377로 리그 상위 3%, 기대 장타율(xSLG)도 0.699로 리그 상위 2%에 해당한다. 배럴 타구(장타 가능성이 높은 각도와 속도의 타구) 비율도 16.2%(상위 10%)로 회복세고, 강한 타구(Hard-Hit) 비율도 상위 14%, 스윗 스폿(안타 가능성이 높은 각도의 타구) 비율도 45.9%로 상위 12%에 올랐다. 아직 지난해 수준은 아니나 모두 빠르게 수치를 회복하고 있다. 물론 오타니 걱정을 했을 다저스는 아니다. 첫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오타니에게 온 관심을 쏟기도 했다. 비록 팀은 대패했으나 그의 부활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한편 장기간 우천 순연으로 시카고 원정 내내 고전했던 다저스는 휴식일 없이 미네소타로 건너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 팀인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한다. 오타니의 통산 미네소타 상대 전적은 타율 0.288(80타수 23안타) 5홈런 13타점, 장타율 0.513 OPS 0.872로 준수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8 10:29
메이저리그

'3324억은 어디로' 8경기 뛰고 사라진 스트라스버그, '먹튀' 오명 안고 결국 은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결국 '먹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은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7일 스트라스버그를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은퇴 선수'로 분류해 게시했다. 스트라스버그도 곧 성명을 통해 자신의 은퇴를 선언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지난 2020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총액 2억4500만 달러(약 3324억5500만원) 계약에 체결했지만,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0년 2경기에 나섰고, 2021년 5경기, 2022년엔 1경기에 등판했다. 지난해 초에는 신경계 고통을 호소해 투구를 중단했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8월 은퇴를 선언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구단도 영구 결번식을 준비했다가 취소했다. 재활 및 복귀에 희망을 거는 듯했으나 결국 2024시즌 중 은퇴했다. 문제는 구단이 스트라스버그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다. 7년 계약 후 스트라스버그가 소화한 경기는 단 8경기인 데다, 은퇴를 선언한 현재에도 스트라스버그에게 2026년까지 1억500만 달러(약 1421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구단도 스트라스버그가 먼저 계약을 파기해 잔여 연봉 지급을 피하고자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은퇴식이 돌연 취소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후 진통을 거듭한 구단과 스트라스버그는 올해 은퇴에 공식 합의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MLB 소식통을 인용해 "스트라스버그는 잔여 연봉 가운데 일부를 나중에 받는 '디퍼(Defer) 계약'에 합의했다. 정확한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은 스트라스버그는 247번의 선발 등판에서 113승 62패 평균자책점 3.24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월드시리즈 우승(2019) 경험도 있고, 월드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하는 영예도 안은 바 있다. 스트라스버그는 성명을 통해 “오늘 난 내가 사랑하는 야구의 은퇴를 발표한다. 투수로 복귀를 거듭 시도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활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히며 은퇴를 선언했다. 윤승재 기자 2024.04.08 08:58
메이저리그

[한민희의 Law&Rule] 오타니 스캔들은 의혹 덩어리...미즈하라가 정보를 '하이재킹'한 걸까

메이저리그(MLB)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로 들썩이고 있다. 그의 통역원이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파문 때문이다.사건은 지난 18일(한국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수사 당국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매튜 보이어를 조사하던 중 오타니의 이름을 발견했다. 이 내용이 MLB 사무국 및 오타니의 에이전시 CAA로 전해졌다. 이를 처음 취재한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 건 자신이고, 계좌 이력은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갚아준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21일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20일 경기 종료 후에야 알았고, 그가 라커룸에서 "오타니가 내 빚을 갚아줬다"고 말한 것도 퇴근 후 숙소에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갚아준 적 없고, 그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무단으로 돈을 인출했다며 횡령 및 절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오타니는 지난 26일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했다. 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전했다.현 단계에서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긴 쉽지 않다. 미국은 스포츠 도박에 대해 주마다 다르게 다룬다. 다저스와 오타니의 전 소속팀인 LA 에인절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다. 한국은 국민체육진흥법을 통한 복표, 즉 스포츠토토만을 합법으로 인정한다. 한국에서는 공식 복표를 구매할 시 종사자의 해당 종목 참여가 금지된다. 불법 복표는 종목을 불문하고 금지하고 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 전담 통역이지만 구단이 채용했던 경우다.세간의 관심은 오타니가 과연 연루됐는지에 쏠린다. 오타니의 법적 책임을 줄이기 위한 설명일 수도 있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미즈하라는 컴퓨터 이용 사기죄를 범한 셈이 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연방법에도 Computer Fraud and Abuse Act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한국에선 지난 21일 한 여성이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마시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해당 여성은 남편의 사망 뒤 그의 계좌에 접속해 대출을 받았다가 해당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은 바 있다. 미즈하라의 경우 해당 계좌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오타니가 맡긴 업무 범위 내의 일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배임이나 횡령 등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내용 검토가 필요하다. 국내에선 연예계에서 박수홍 씨 등이 비슷한 문제로 법적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변호사로서 의문이 드는 부분은 오타니 변호인단의 행동이다. 한국의 경우 불법 도박을 민법 103조에 따라 반사회적 행동으로 보고 있다. 오타니 역시 성인이고, 아무리 야구에 집중한다 해도 스포츠 도박이 문제가 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오타니와 같은 고소득자로부터 고액이 오가는 일은 당국이 모를 수 없다. 그런데 단지 지인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본인 명의 계좌로 보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을 사전에 알았다면 변호인과 비밀로라도 상의했을 것이고, 변호인이라면 절대 이 문제에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했을 거다. 정말 필요하다면 차용증을 쓰고 미즈하라에게 빌려주는 게 맞다. 미즈하라의 첫 주장이 엉성하게 느껴진 이유다.사건이 공개된 과정도 의문이다. 수사 당국이 MLB 사무국에 전한 게 18일이고, 소속사인 CAA는 늦어도 19일엔 이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오타니의 주장대로라면 당사자인 그가 20일에야 알았다는 말이 된다. 당사자인 그가 하루 이상 소식을 듣지 못하고 방치됐다는 이야기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에이전시인 CAA, 또는 담당 변호인의 책임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미즈하라가 실제로 절도를 저질렀고, 오타니가 이를 알았다고 보기는 확실히 어렵다. 이 사건이 보도되기 직전인 20일 경기까지만 해도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어울렸다. 또 오타니의 가족이 미즈하라의 부인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오타니가 미리 도박 파문을 알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다. 음모론처럼 오타니가 직접 도박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수사 사실이 전해졌을 상황에서 미즈하라를 '희생양'으로 삼기 직전에 양측이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유일하게 설명이 되는 가설은 딱 하나다. 미즈하라가 중간에서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하이재킹'을 저질렀을 경우다. 실제로 다저스 관계자들은 ESPN에 "미즈하라가 도박 사실을 선수단에 전할 때까지조차 오타니와 타인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그를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기자와의 인터뷰, 구단과의 소통, 오타니와의 대화까지 미즈하라가 중간에서 모두 맡았다면 정보가 왜곡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오타니가 불법 행위 여부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건 스포츠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연봉은 30만 달러(4억원)에서 50만 달러(6억 7000만원)에 달했다. 게다가 실질적 고용주인 오타니는 그를 친형처럼 따랐다.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10년 계약 기간 내내 높은 소득을 올렸을 거다. 오타니가 은퇴한 후엔 '국민 영웅'의 동반자 경험도 살렸을 수 있다. 도박이 그의 탄탄한 미래를 부숴버렸다는 걸 잊어선 안 되겠다.법률사무소 한민희 변호사 2024.03.29 14:03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불법도박 영구제명' MLB 전설, "나도 통역사 있었으면 처벌 안 받았을걸?" 오타니 저격

"나도 통역 있었으면 처벌 안 받았을걸?"현역 시절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영구 제명된 미국 메이저리그(MLB) 전설이 오타니 쇼헤이를 저격한 듯한 영상이 퍼져 논란을 빚고 있다. 피트 로즈 전 신시내티 레즈 감독은 소셜 미디어(SNS)의 짧은 클립 영상에서 "1970~1980년대로 돌아가 통역사가 있었으면, 나는 처벌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가 불법도박에 가담했고, 그의 통역사가 모든 혐의를 뒤집어썼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언제 어디서 녹화된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오타니와 그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연관된 불법 도박 스캔들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피트 로즈 전 감독은 현역 시절 4256개의 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MLB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하지만 로즈 전 감독은 신시내티 지휘봉을 잡고 있던 1989년, 신시내티 경기를 두고 도박한 것이 들통나 MLB에서 영구 제명됐다. 오타니는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자신을 둘러싼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오타니는 "내가 믿었던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 슬프고 충격적이다"라면서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오타니는 “나는 결코 불법 도박을 하지 않았다. 내가 도박(베팅)을 하거나, 야구나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돈을 걸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며 "미즈하라가 그렇게 하고 있던 것도 며칠 전까지 몰랐다. 그가 돈을 훔치고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라고 밝혔다. 오타니에 따르면, 그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지한 것은 서울 시리즈 때였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오타니는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첫 경기 후 팀 미팅 때 해당 사건에 대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통역 없이 진행된 팀 미팅에서도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타니는 호텔에 돌아와 미즈하라와 대화한 뒤, 그제서야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즈하라가 자신의 불법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450만 달러(약 60억 원)를 절도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오타니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인지한 직후 그를 해고했지만, 현지 언론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을 몰랐을리 없다면서 그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이번 미즈하라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승재 기자 2024.03.26 18:04
메이저리그

'도박→영구 제명' 로즈, 비꼬며 음모론 "오타니처럼 통역 탓 하면 나도 무죄"

"1970~80년대에도 통역이 있으면 좋았겠다. 그랬다면 난 무죄였을 거다."스포츠 도박에 빠져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에 남을 커리어를 날려버린 피트 로즈가 '도박 스캔들'에 빠진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를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개 조롱했다.로즈는 26일(한국시간) SNS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1970~80년대에도 통역사가 있었다면 좋았겠다. 그랬다면 난 무죄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촬영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최근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로부터 시작된 스포츠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오타니를 저격한 게 명백한 말이다.로즈는 MLB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었다. 196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데뷔해 24시즌 동안 뛰면서 통산 타율 0.303 4256안타를 기록한 역대 최고의 교타자다.영원할 것 같았던 영광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로즈는 은퇴 후 지도자로 있던 1989년 스포츠 베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조사 끝에 그가 1987년 감독으로 있던 레즈에서 52경기, 경기 당 수천 달러에 달하는 베팅을 넣은 게 밝혀졌다. 결국 로즈는 1989년 MLB에서 영구 제명됐고, 1991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제명당했다. 로즈는 이후 복권을 여러 차례 희망했지만, 사무국은 현재까지도 그의 제명을 풀어주지 않는 중이다. 그런데 로즈가 불명예에 빠지고 약 35년이 지난 올해 다시 스포츠 도박 스캔들이 MLB를 덮쳤다. 이번엔 리그 최고의 스타 오타니가 형제처럼 따랐던 전담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주인공이었다.미즈하라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이 끝난 후 자신이 도박으로 빚을 졌고, 오타니가 그 빚을 갚아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타니 측은 이 사실을 부인, 미즈하라가 자신 몰래 돈을 인출했다고 주장 중이다. 이에 오타니 본인이 도박을 한 후 미즈하라에게 떠넘겼다는 '음모론'까지 적지 않게 등장했다.각종 의혹이 떠도는 가운데 오타니는 26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타니는 "내가 믿었던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 슬프고 충격적이다"라면서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오타니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지한 것은 서울 시리즈 때였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오타니는 첫 경기 후 팀 미팅 때 해당 사건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 통역 없이 진행된 팀 미팅 후 호텔에 돌아와 미즈하라와 대화한 오타니는 그제서야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성실하게 MLB 사무국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현지 언론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 여부를 인지했어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 중이다.논란이 식지 않은 가운데 로즈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로즈가 영상을 통해 한 말은 오타니가 통역사인 미즈하라에게 도박 여부를 떠넘겼고, 자신도 그런 방법을 썼다면 영구 제명을 당하지 않고 사실을 은폐할 수 있었을 거라는 뜻이다. 물론 이는 단순 음모론에 불과하다. 스캔들이 터진 후 대부분의 현지 매체들은 주위 인물들의 증언을 인용, 오타니가 도박을 할 인물이 아니라고 바라봤다. 오타니의 징계 여부는 그가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알았느냐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26 13:20
메이저리그

불법도박 '불똥' 튄 오타니 "미즈하라가 내 돈 훔쳐, 난 도박 안했다" 해명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이슈에 불똥을 맞은 오타니 쇼헤이가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미즈하라 사태에 대해 해명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타니는 사진 촬영과 취재진 질문 없이 준비한 입장문만 읽었다. 오타니는 "내가 믿었던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 슬프고 충격적이다"라면서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오타니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지한 것은 서울 시리즈 때였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오타니는 첫 경기 후 팀 미팅 때 해당 사건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 통역 없이 진행된 팀 미팅 후 호텔에 돌아와 미즈하라와 대화한 오타니는 그제서야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미국 매체 'ESPN'울 통해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갚아주겠다고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오타니 측이 "오타니는 해당 사실을 몰랐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미즈하라도 다음날 "오타니는 내 도박 빚 문제를 전혀 몰랐다"라며 전날 증언을 철회했다. 이때문에 오타니가 도박에 연루됐다는 의심이 퍼졌다. 이에 오타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해명했다. 오타니는 “나는 결코 불법 도박을 하지 않았다. 내가 도박(베팅)을 하거나, 야구나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돈을 걸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며 "미즈하라가 그렇게 하고 있던 것도 며칠 전까지 몰랐다. 그가 돈을 훔치고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미즈하라가 자신의 불법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450만 달러(약 60억 원)를 절도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오타니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인지한 직후 그를 해고했지만, 현지 언론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을 몰랐을리 없다면서 그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번 미즈하라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승재 기자 2024.03.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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